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00일이 넘었다. 44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는 정치적,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며 국민 개개인의 삶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인간관계의 단절, 가치관 충돌, 정치적 관심도의 급변 등 다양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와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보자.
1. 정치적 갈등이 인간관계에 미친 영향
비상계엄 이후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인간관계의 단절이다. 과거에는 정치 성향이 다르더라도 친구, 연인, 가족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정치적 견해 차이가 관계 단절로 직결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 A씨는 20년 지기 친구와 절교했고, 한 대학 교수는 학술 모임이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연인 사이에서도 정치 성향이 이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탄핵이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부부 관계에서도 정치 갈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2030 세대 사이에서는 소개팅 시 정치 성향을 먼저 확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정당을 지지하면 만나지 않겠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정치적 이념이 연애와 결혼의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2. 정치적 관심도의 극단적 변화
비상계엄은 사람들의 정치적 태도에도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이번 계엄 사태를 계기로 뉴스를 챙겨보며 정치적 관심층으로 변화하는가 하면, 반대로 기존에 정치에 관심이 많던 사람들은 극단적인 냉소주의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아졌다.
정치적 열기를 더욱 가속화한 것은 ‘부정선거론’과 ‘탄핵 반대(반탄) 집회’였다. 일부 시민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정치적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고, 반면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은 ‘집회 자체가 특정 세력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인식을 가지며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졌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더 이상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정치 성향에 따라 인간관계가 결정되고,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소통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3.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심
이번 계엄 사태는 한국 현대사의 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한 학생은 계엄을 계기로 역사학 석사 과정으로 진로를 변경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한국 현대사의 민주주의 운동과 역사 왜곡 문제를 연구하겠다고 밝혔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계엄 이후 더욱 커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를 공부하고자 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는 민주주의 관련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4. 사회가 직면한 과제와 해결 방안
비상계엄 이후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변화들은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계엄이 해제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고,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① 정치적 갈등 해소를 위한 공론장의 복원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하다. 현재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집회에서 극단적인 의견만이 표출되며, 대화와 토론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건전한 토론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②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 정착
정치 성향 차이가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치적 신념이 다르더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가정 내 정치적 중립 유지
가정 내에서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자녀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정치 문제로 다투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정치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탄핵이혼’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정 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④ 정치적 관심과 참여의 균형 유지
정치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맹목적인 믿음과 극단적인 신념으로 변질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면서도 비판적 사고를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맺음말: 계엄 이후,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12·3 비상계엄은 한국 사회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고, 그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이 극단적으로 심화되며 인간관계, 가정생활, 연애, 학문적 관심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건강한 민주주의 문화를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비상계엄이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갈등을 극복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민주주의 운동의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 한국 사회가 더욱 성숙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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