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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인문학/문학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리뷰 –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의 우스꽝스러운 초상

by 사마견우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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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개요 – 고양이가 주인공이자, 냉소적 관찰자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데뷔작이자,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풍자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吾輩は猫である)』는 1905년 발표되었으며, 이름 없는 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메이지 시대 일본 지식인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꼬집는 수작이다.
작품은 장편소설임에도 정형적인 플롯 없이 일상 속 잡담과 해학, 풍자, 사색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고양이의 첫 문장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는 일본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로 꼽히며, 인간 중심 세계를 비틀고 거리를 두는 시선을 선포한다.

2. 고양이의 ‘시선’ – 유머와 냉소의 필터


이름조차 없는 주인공 고양이는, 평범한 영어교사 쿠샤미(くしゃみ, ‘재채기’의 뜻)의 집에 살며, 집안과 주변 인물들의 삶을 관찰하고 풍자한다.

고양이의 시선은 비인간적이면서도 놀라울 만큼 인간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
• 무기력한 지식인, 쿠샤미: 입만 살아 있고 실천은 없으며, 시대의 변화에 눈감고 자기 안위만 챙기는 모습을 고양이는 조롱한다.
• 속물적 인물들: 돈, 명예, 서양 문물에만 몰두하며 진정한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꼬집는다.
• 자기 과시와 허영심: 학식과 교양이라는 이름 아래 위선을 덮으려는 인간들의 모습이, 고양이의 관찰 속에서滑稽(우스꽝스럽고 애처로운 모습)하게 드러난다.

고양이는 때때로 철학자처럼 깊이 있는 사색을 펼치고, 때로는 시니컬한 개그맨처럼 냉소와 유머로 인간 세계를 비튼다.

3. 시대 배경 – 메이지 근대화, 그 혼란의 풍경


소설이 쓰인 메이지 시대(1868~1912)시대는 일본이 급격히 서구화를 추진하며 신분제와 전통이 무너지고, 자본주의와 근대 문명이 밀려오던 시기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 시대의 “지적 혼란”과 “가치의 붕괴”를 직감했고, 그것을 ‘고양이’라는 제3자의 시선으로 거리를 두고 조롱했다.
• 서양식 교육, 서양식 복장, 서양식 음식을 흉내 내면서도 정작 내면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지식인들의 이중성.
• “근대인”이라는 자부심과, 공허한 자기중심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들.
• 고양이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어설프고, 가식적인 ‘근대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4. 문학적 특징 – 일본식 해학과 유럽식 풍자의 절묘한 융합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일본 전통 문학의 유머 정신(滑稽本)과 서양의 풍자문학 전통(예: 디킨스, 스위프트)의 영향을 결합한 독특한 양식을 띤다.
• 고양이의 언어는 문어체지만, 대화는 구어체에 가까운 리듬으로 전개되어 독특한 문체 유희를 선보인다.
• 특정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물의 성격, 말투, 제스처,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사회 전체를 비춰주는 간접 구성을 채택한다.
• 반복과 느슨한 전개, 모순된 묘사는 “생각 많은 고양이”의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다.

5. 오늘날의 독자에게 – 여전히 유효한 냉소적 시선


비록 100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오늘날 현대인의 자기중심성, 위선, 허영심을 조롱하는 거울로도 읽힌다.
• SNS에서 과시하는 인간들,
• 형식은 갖췄으나 내용은 없는 엘리트 문화,
• 진심보다 연출이 앞서는 인간관계,

이런 현상은 모두 소세키의 고양이가 “그 시절의 인간들”에게 했던 비판과 기묘하게 닮아 있다.

6. 결론 – 고양이는 말한다. 인간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단순한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문명, 교육, 엘리트,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인간 사회의 공허와 위선을, 고양이라는 객관화된 타자의 시선으로 해부한 풍자극이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을 더 잘 본다.”

고양이의 관찰은 차갑지만 통찰력 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철학적이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허위를 들여다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날카롭고 유쾌한 고전이다.


추천 독자:
• 문학적 유머와 풍자를 좋아하는 독자
• 일본 근대사, 지식인 비판, 사회 풍자에 관심 있는 분
• 인간을 타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

한 줄 평:
“고양이가 인간을 관찰하면, 문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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