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15일 저녁 6시 30분 즈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사연 하나가 겨울 공기를 따뜻하게 물들였습니다.
“12월 15일은 낭군님 78회 생신입니다.”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주로 다루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라는 프로그램. 그곳에 임방울의 ‘쑥대머리’를 신청한 78세 할머니의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라지만 국악이라니. 하지만 전기현 DJ의 잔잔한 목소리로 읽혀진 사연을 듣는 순간, 그 의문은 깊은 울림으로 바뀌었습니다.
21년 전, 경추 손상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내. 그날부터 남편은 돌보미가 되고, 가정주부가 되었습니다. 7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그는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만나 이승의 빚을 다 갚고 싶어요.”
이보다 더 진한 사랑고백이 있을까요. 화려한 말도, 거창한 이벤트도 아닌, 21년을 함께 견딘 세월이 담긴 한 문장. 매일 일기 쓰듯 라디오를 듣던 할머니는 남들이 생일 축하곡을 신청하는 것을 보고 “아, 나도!“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풀리지 않던 수학 문제의 답을 찾은 것처럼.
촉박한 날짜에 염치없이 신청했다는 미안함, 그래도 생일날 꼭 들려주기를 바라는 간청. 그 사연을 읽은 제작진은 크로스오버 퓨전 밴드 ‘두 번째 달’의 편곡으로 ‘쑥대머리’를 틀어주었습니다.

“쑥대머리 곱게 빗어 양쪽으로 따 넘기고…”
국악의 애절함과 현대적 선율이 어우러진 노래가 저녁 공기를 타고 흐릅니다. 어쩌면 어디선가 78세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그 음악을 함께 듣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는 남편의 손을 꼭 쥐고, 할아버지는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21년이라는 세월.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킨 이에게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감사를 표현할 선물을 여러 날 고민하다 라디오 신청곡을 떠올린 할머니의 마음이, 12월의 차가운 밤을 따뜻하게 녹입니다.
우리는 가끔 잊습니다.
사랑은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21년 동안 묵묵히 아내의 손발이 되어준 남편의 생일에, 라디오에 신청곡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는 할머니의 마음.
그것이 진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둠이 내린 12월의 어느 저녁, 한 통의 사연이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곁에 있어주는 것이라고.

“세음 제작진 여러분 늘 감사하고 있어요.”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처럼, 우리도 오늘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말로 하지 못했던 그 마음을, 오늘은 꼭 전할 수 있기를.
쑥대머리의 선율이 사라진 후에도, 그 감동은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Second Moon Official (두번째달)
https://youtu.be/w0rFQSm-DZE?si=JqRoMLbQVioLs-L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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