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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인문학/문학

인생이라는 산, 그 끝에서 마주하는 세상

by 사마견우 2024.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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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산을 오르는 여정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처음 산을 마주할 때의 설렘과 기대, 그 뒤에 찾아오는 고된 오르막, 그리고 가끔은 내리막이 이어지는 순간들까지, 이 모든 것이 마치 우리 삶의 여정과 같습니다.


어느 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동네의 작은 산을 오르기로 했습니다.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산을 오르는 것이었기에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걸음은 가벼웠습니다. 발밑에 깔린 부드러운 흙과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 새들의 지저귐이 여유를 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괜찮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사는 점점 가팔라졌고, 다리는 뻐근해지며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도 이와 같다는 생각. 시작할 때는 다들 설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목표에 다가갈수록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고난이 찾아옵니다. 작은 언덕을 넘었을 때는 성취감에 잠시 기쁨을 느낄 수 있지만, 이내 더 가파른 오르막이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험난하고 길게 이어진 길을 마주할 때, 그때 우리는 진정으로 '포기'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중간에 지쳐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더 이상 오를 수 없을 것 같고, 오르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니 왜 올라야 하는지조차 잊게 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도 그렇습니다. 꿈을 이루겠다고 결심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너무 고되고 험난할 때 우리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더 나아가고 싶어도, 그 길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마치 산을 오르다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산을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쉼터가 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합니다. 인생에서도 우리에게는 그런 쉼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잊고,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휴식과 여유를 허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쉬는 것이 패배가 아니고, 포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다시 한 번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산을 오를 때 잠시 쉬어가는 것이 그 이후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되듯이, 인생의 여정에서도 잠시 멈추어 호흡을 고르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중요한 준비 과정입니다.

마침내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발밑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작은 산이라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동네의 집들이 보였고, 멀리 작은 강이 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생각했습니다. 이 산의 정상은 이 정도의 경치를 보여주지만, 더 높은 산을 오르면 더 멀리,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가 어떤 산을 오르느냐에 따라 그 보상도 달라집니다. 작은 산에서는 작은 경치를, 큰 산에서는 큰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단지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르내리는 과정 자체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동료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얼마나 강인한 존재인지 깨닫습니다. 인생에서도 우리는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이나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교훈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비록 정상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성장하고, 배우고, 더 나은 자신이 됩니다.

돌아오는 길, 내리막을 걸으면서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오르막을 이겨낸 후에 찾아오는 내리막은 마치 고된 시기를 지나 안정된 시기가 찾아온 것처럼, 더 이상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리막이 있다는 것은 오르막의 끝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르막을 오를 때도 그 끝에 다다를 것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내리막은 우리에게 잠시의 안도감을 주지만, 곧 또 다른 오르막이 다가올 것임을 알고 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국, 인생은 한 번에 끝나는 산행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 개의 산을 오르내리며,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합니다. 어떤 산은 쉽고, 어떤 산은 힘들겠지만, 그 모든 산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큰 여정의 일부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산을 어떻게 오르느냐,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무엇을 얻었느냐입니다.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도전하며, 그 끝에서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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