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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自作

탁족(濯足)

by 사마견우 2024.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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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왔다. 공기 중에는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고, 강렬한 햇볕은 피부를 따갑게 찌른다. 도시의 소음과 아스팔트의 열기 속에서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찾아 에어컨과 선풍기에 의지한다. 그러나 현대의 기계 문명이 주는 일시적인 시원함은 우리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지 못한다. 이럴 때면 문득 우리 조상들이 더위를 식혔던 방법들이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탁족(濯足)'이다.

탁족은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방법이다. 이는 단순히 몸의 열을 식히는 행위가 아니라, 자연과 하나 되어 여유와 넉넉함을 느끼는 것이다. 조선 중기 화가 이경윤의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를 보면, 한 선비가 물에 발을 담그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허벅지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 의관은 단정하지만, 마음만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흘러가는 듯하다. 이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탁족이 단순한 피서법이 아니라 심신을 정화하고 세속의 번뇌를 내려놓는 방법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 조상들이 탁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중국의 고전 초사 <楚辭>에 나오는 「어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구절은, 도가 행해지는 좋은 세상에서는 조정에 나아가고, 도가 행해지지 않는 세상에서는 은둔하며 산다는 뜻이다. 이처럼 탁족은 은둔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선비들에게는 세속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자연 속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행위였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탁족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에 의지하는 것도 좋지만, 자연 속에서 더위를 식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벗어나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고, 흐르는 물소리와 숲속의 새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하나 되어보자. 몸의 피로와 함께 마음의 번뇌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탁족을 하며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물소리와 바람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피서법을 넘어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탁족을 통해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여유롭고 넉넉한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조상들의 지혜를 현대에 맞게 응용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고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상소의 말처럼, 여유롭게 사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다.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연 속에서 탁족을 즐기며, 진정한 여유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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