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인다. 시월의 마지막 날, 가을의 정점에 서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단풍은 이제 절정을 지나 낙엽이 되어 거리를 수놓고, 차가워진 공기는 겨울의 전령처럼 내 뺨을 스친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특별하다. 계절의 변화가 가장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코끝이 시려오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낀다. 봄날의 설렘과 여름의 열정을 지나, 가을의 풍요로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이야말로 일 년을 되돌아보기에 가장 적절한 때가 아닐까.
내게 시월의 마지막 날은 항상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마치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고 다가올 날들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노란 은행잎들, 저녁 퇴근길에 마주치는 붉은 단풍들, 그리고 거리를 수놓는 형형색색의 낙엽들은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같다.
하지만 이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린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겨울로 가는 문턱이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첫걸음이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찬바람 속에서 나는 변화의 씨앗을 본다. 낙엽이 지고 나면 새싹이 자랄 자리가 생기듯, 끝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다.
오늘, 시월의 마지막 날에 서서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삶도 이처럼 끝과 시작이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닐까. 매 순간의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이며, 모든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향한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시월의 마지막 밤, 창밖으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내일은 또 다른 달의 첫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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