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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오후, 석양이 노랗게 물들인 골목길에는 찬 바람에 스산한 고요함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이들조차 느려진 걸음을 맞추듯, 시간도 조용히 숨을 고르는 듯 보였습니다.
그 골목 한가운데, 낡은 휠체어에 앉은 아내를 바라보며 한 노인의 몸짓이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그는 잔잔한 목소리로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흥얼거리며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노래잖아. 기억나지? 늘 이 노래 들을 때마다 환하게 웃던 당신이…” 그의 손끝은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함을 품고 아내의 어깨를 감쌌습니다.
뇌사 상태로 말을 잃은 아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듯, 그녀의 가만한 숨결 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는 듯 보였습니다. 그의 눈빛 속에는 아내와 함께 보낸 지난날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의 읊조림은 노래를 넘어선 사랑의 대화였습니다. 언젠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아내의 미소를 기다리며, 노인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황혼이 드리워진 길 한복판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멈춘 듯 영원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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