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비둘기 한 마리가 사무실 창가에 앉았다가 푸드덕 날아갔다. 기절 직전이었을 거다. 이 무지막지한 폭염에 콘크리트 위에 앉아 있었으니,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다. 그걸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라고 다를 게 있나.
출근길: 지옥에서 천국으로
아침 8시 30분,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몸을 덮친다. 아직 해가 중천도 아닌데 기온은 벌써 30도 넘게 찍혔다. 날씨 앱은 체감 35도라고 알려주지만, 그건 그냥 ‘실감’이다. 피부로, 숨으로, 땀으로.

지하철역까지 10분, 그러나 느낌상 마라톤. 셔츠는 벌써 등에 달라붙고, 어깨는 가방끈 때문에 축축하다. 플랫폼은 사우나고, 사람들은 죄다 굳은 표정이다. 웃을 여유는커녕 웃을 힘도 아깝다.
그러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천국의 문이 열린다. 에어컨 바람이 몸을 감싸며 절로 나온다. “아, 살았다.” 20분쯤 안에서 식고 나면, 드디어 사회인 모드가 작동한다.
사무실: 극락과 연옥 사이
사무실에 도착하면 또 다른 천국. 22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냉방 덕에 여긴 늘 쾌적하다. 창밖을 보면, 아지랑이 일렁이는 도심이 마치 다른 행성처럼 느껴진다.

창가 자리의 김대리는 매일 똑같은 말을 한다. “야, 진짜 밖에 사람 살 데 아니다.” 그러면서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눈빛은 이상하게도 동경이 섞여 있다.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곳은 다른 차원이다.
점심시간: 생존 게임
진짜 고민은 점심이다. 나갈까 말까. 햄릿이 “To be or not to be”를 고민했다면, 우리는 “To go or not to go”다. 나가면 더위로 탈수, 안 나가면 굶주림. 고통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필수다.
결국 문을 나선다. 단 20미터 거리의 건물 앞마당을 지나는 동안 체감온도는 20도 상승.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한 발 뒤로 물러서게 된다. 마치 용광로 입구 같다.

그늘을 찾아 지그재그로 걷고, 벽 그림자 따라 이동한다. 한 블록 지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 레스토랑 문을 열자마자 다시 천국. “여기서 그냥 살까?” 싶은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수건 하나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얼굴을 닦으며 잠시 인간성을 회복한다. 하지만 다시 나가야 한다는 현실이 밥맛을 날려버린다.
오후: 창문 너머의 지옥
오후 2시.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 창밖을 보면 세상이 뒤틀린다. 아스팔트 위로 열기가 일렁이고, 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은 거의 생존 투쟁 중이다. 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진짜 영웅이다.

그런데 곧 우리도 그 지옥으로 나가야 한다. 퇴근이 가까워지면 창밖을 보는 사람들 표정이 묘하게 진지해진다. 전투에 나가기 전 병사처럼.
퇴근길: 지옥에서 탈출
5시 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마음을 다잡는다. 심호흡하고, 가방 메고, 각오한다. 로비 문이 열리는 순간, 다시 그곳이다.
“끄아악!” 속으로 절규하며 지하철역까지 이동. 뛰면 더 덥고, 걷자니 익는다. 여름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바로 ‘적절한 속도 감각’이다.

지하철에 올라탄 순간, 다시 천국.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속으로 외친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집까지 가는 시간은 회복의 시간, 그나마의 평화다.
에필로그: 유리창 하나의 기적
결국 우리는 매일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고작 유리 한 장, 그러나 그 경계는 생존과 탈진을 가른다.
비둘기도 기절할 더위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는다. 에어컨이라는 문명의 축복에 감사하며, 뜨거운 세상을 바라본다.

내일도 또다시 이 창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이겠지만, 우리는 버틴다. 여름이 끝날 때까지, 비둘기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게.
“유리창 하나, 그 기적을 믿으며.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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