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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自作

아카시아꽃이 피면, 그 아이가 생각난다

by 사마견우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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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 되면, 아카시아꽃이 가장 먼저 나를 부른다.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달큰한 향기에 고개를 들면, 하얗게 핀 그 꽃들 사이로 오래된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나의 첫사랑.

우리가 처음 마주한 날도, 그렇게 꽃 피는 5월이었다. 중학생 시절, 아직은 교복 소매가 어색하던 시절이었다. 너는 늘 창가에 앉아 있었고, 나는 등굣길마다 창문 너머로 너를 찾았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아카시아꽃잎이 흩날리는 운동장을 바라보는 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첫사랑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설명이 필요 없는 것 같다.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두근거리던 시간. 나 역시 그러했다.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하루가 반짝였고, 네가 웃는 순간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는 듯했다.

우리는 가까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마음을 고백한 적은 없었다. 피천득의 ‘인연’처럼, 그저 그 시절 같은 교실을 공유한 ‘시기적 인연’이었을 뿐. 그는 말한다. “그 사람을 처음 본 것이 몇 살 때였고, 다시 만난 것은 몇 해 후였고, 마지막은 언제였는지…” 나도 그렇다. 너를 처음 본 건 중학교 1학년 봄이었고, 마지막으로 본 건 졸업식 날, 교문 앞에서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스쳐갔다.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그때 끝이 났고, 시간은 모두를 제 갈 길로 데려갔다.

그런데 이상하지? 그 짧았던 시간이 내 인생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는 것이. 지금도 아카시아꽃이 피면, 내 마음 한 켠에서 그 시절의 향기가 피어난다. 너의 웃음, 목소리, 내가 조심스럽게 접어 두었던 마음까지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첫사랑. 그 시절에는 그것이 사랑인지도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참 순하고 예쁜 마음이었다. 꽃잎처럼 조용히 피어나 어느 날 불어온 바람에 흩어진 마음. 나는 아직도 그 향기를 기억한다.

어쩌면 첫사랑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맑고, 지나갔기에 더 아름다운. 피천득이 말한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되는 감정”처럼, 나도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아카시아는 금세 진다. 그 향기마저 잠깐이다. 그래서 더 애틋한 것일까. 짧았기에 기억되고, 사라졌기에 그리워지는 시간들. 하지만 그 사랑은 끝이 아니라, 지금도 내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다. 향기로 남아, 매년 5월이면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흔든다.

이 봄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아카시아꽃도 곧 지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또 내년 이맘때면, 그 아이도 다시 피어날 거라는 걸. 내 첫사랑도 그렇게 매년, 아카시아와 함께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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