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때로는 오해되며 나타나는 '가난'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된 두 가지 현상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진정한 가난의 의미를 되묻는 박완서 작가님의 명작 『도둑맞은 가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씁쓸한 논란을 낳고 있는 현대 사회의 '지긋지긋한 가난 챌린지'입니다. 이 두 현상을 연결하여 바라보면, 우리는 가난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경제력 과시를 넘어서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잃어버린 가난의 존엄과 새로이 조작되는 가난의 역설: 박완서 『도둑맞은 가난』과 '지긋지긋한 가난 챌린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난'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마주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뼈아픈 현실의 고통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막연한 추상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삶의 고난을 이겨낸 훈장처럼 회자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가난'의 의미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왔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의 『도둑맞은 가난』은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배경으로, 진정한 가난이 어떻게 '도둑맞았는가'를 예리하게 통찰합니다. 반면,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었던 '지긋지긋한 가난 챌린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난이 어떻게 소비되고 과시되는지를 보여주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두 가지를 연결해서 보면, 우리는 경제적 상황과 그를 둘러싼 인간 심리의 기묘한 역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박완서 『도둑맞은 가난』:
진짜 가난을 빼앗긴 세대
박완서 작가님의 『도둑맞은 가난』은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서울로 상경한 주인공 '나'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적인 가난의 의미가 어떻게 변질되고 훼손되었는지를 심도 있게 그립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단순히 물질적 결핍으로서의 가난이 아니라, '성실한 노동과 공동체 의식'이라는 가치로 지탱되던 가난의 존엄성이 어떻게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라져 가는지를 냉철하게 포착합니다.
주인공 가족은 농촌을 떠나 도시의 변두리에서 어렵게 살아갑니다. 이들은 이른바 '산업 역군'이라는 이름 아래 착취당하며 도시 개발의 부품으로 전락합니다. 작가는 이들이 겪는 가난이 이전 시대의 가난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가난은 비록 고통스러웠을지언정, "우직하게 땀 흘리면 언젠가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공동체 안에서의 유대감, 그리고 노동의 정당성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가난은 그런 모든 가치를 박탈합니다.

도시에 상경한 젊은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도 좀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의 게으름 탓으로 돌려지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그들의 순수했던 노력과 희생은 경제 성장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그 의미를 상실하고, 비루함으로 치부됩니다. 작가가 말하는 '도둑맞은 가난'은 바로 이러한 물질적 결핍을 넘어선 정신적, 윤리적 박탈감입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과거 가난했던 세대가 겪었던 물질적 어려움 너머의 인간적 소외와 정체성의 혼란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성실함'마저 무시당하고, 가난이 마치 그들 잘못인 양 치부되는 비정함을 보면서, 가난을 대하는 사회의 냉혹한 시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의 역설, '지긋지긋한 가난 챌린지':
가난을 소비하고 과시하는 문화
박완서 작가님의 시대와 달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또 다른 형태로 '가난'을 마주합니다. 특히 최근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었던 '지긋지긋한 가난 챌린지'는 현대 사회의 기묘한 경제력 과시 문화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챌린지는 주로 SNS 플랫폼에서 벌어졌는데, 소위 '흙수저' 경험을 유머러스하게 혹은 자기 계발의 동기로서 '인증'하는 형태를 띠었습니다.
문제는 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빈곤층의 경험과는 거리가 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어렸을 적 경험했던 궁핍함이나, 현재의 검소한 생활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여 공유합니다. 이는 '이렇게 힘든 환경에서도 성공했다', 혹은 '나는 물질적인 것에는 연연하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다'와 같은 메시지를 통해 자기애를 표현하고, 역설적으로 자신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행위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즉, 진짜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삶의 현실인 '지긋지긋한 가난'을, 사회적 자본이 있는 이들이 일종의 '가난 코스프레'나 '콘텐츠'로 소비하고 심지어 자랑하는 셈이 된 것입니다. 이는 박완서 작가 시대의 '가난 도둑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가난의 본질과 무게를 왜곡하고 희화화하는 현상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진짜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과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엇갈린 가난의 서사,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도둑맞은 가난』과 '지긋지긋한 가난 챌린지'는 시대를 달리하지만, '가난'을 대하는 사회의 인식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라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던져줍니다.
- 진정한 고뇌의 상실: 박완서 작가는 가난의 존엄, 즉 성실한 노동과 인간적인 유대가 살아있던 '진짜 가난'이 사라지고, 단순히 물질적 결핍으로 전락하며 그마저도 비난받는 시대를 아파했습니다. 반면 '가난 챌린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이 진정한 고뇌와 연결되지 않은 채, 얄팍한 자기과시나 콘텐츠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 경제력 과시의 다른 얼굴: 두 현상 모두 직간접적으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연결됩니다. 박완서 시대에는 가난을 숨기고 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이 미덕이었으나, 이는 가난을 부정적으로 대상화했습니다. '가난 챌린지'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현재 여유로움을 '옛날에 나도 이렇게 살았어!' 혹은 '나는 검소함을 아는 사람이야!'라는 식으로 보여주며 경제력을 은근히 과시하는 경향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 사회적 책임의 망각: 두 현상 모두 가난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그 본질을 왜곡하며 사회적 책임을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진짜 아픔을 겪는 이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현상 속에서 쉽게 묻히고 무시당하기 쉽습니다.

『도둑맞은 가난』과 '지긋지긋한 가난 챌린지'는 우리에게 '가난'이라는 것이 단순히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를 넘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정신, 그리고 사회 시스템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하며 성찰할 때,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아니 어쩌면 더 복잡해진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인간 심리의 복합적인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책과 챌린지를 통해 여러분도 저처럼 '가난'이라는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공감하고, 그 속에 담긴 개인과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주변의 아픔을 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 깊은 뿌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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