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모든 감각이 날 삼키고 있는 것 같다. 내 안의 모든 촉각, 청각, 심지어 보이지 않는 불안들까지도 내가 피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롭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숨이 가빠지려는 순간, 나는 그 감각들을 억누르고 다시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늘 그렇듯이.
가정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조차 나는 늘 책임감에 짓눌린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그들의 기대. 그걸 외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사실은 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길 바라지만, 그런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가족을 위해, 내가 그들을 돌보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나 자신을 다그치면서.
직장에서는 또 다른 무게가 나를 누른다. 한없이 반복되는 일들, 끝없이 요구되는 성과. 나는 이 속에서 점점 무뎌져 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작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충분히 괜찮은 사람인 걸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지만, 바깥으로는 내색할 수 없다.
세상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 변화들을 멍하니 지켜보는 것뿐이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나는 그 속에서 점점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만 같다. 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왜 이 모든 걸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 왜 이렇게까지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들이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 가끔은 그저 다 내려놓고 싶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런데 그럴 용기는 없다. 현실은 언제나 나를 붙잡고 있으니까.
그래도, 가끔 나 자신에게 속삭여 본다. "괜찮아, 이만큼이나 잘 버텨온 너는 충분히 대단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 해내지 않아도,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고.
오늘도 나는 그 말을 되새기며 잠시 멈춘다.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잠깐이라도 나를 위해 숨을 쉰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안아주고, 나의 작은 감정들을 소중히 여겨본다. 나라는 사람이 이 불안한 세상 속에서도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그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전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