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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한남동의 밤

by 사마견우 2025.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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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설


아침의 눈부심, 하얗게 쏟아지는 폭설의 장막
눈 뜨자마자 떠오르는 그들, 한남동의 어두운 길목에 서 있는 그림자들
목 안에서 뜨거움이 울컥, 솟구친다.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 그 자리에 설 수 없는 나의 무력함
누군가 상처받지 않을까,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그들의 염원이 깨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일렁인다.

한 장의 은박보온시트로 자신을 감싸고
하얗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앉아 있는 젊은 등신불들.
그들의 모습 앞에서 나는 말을 잃는다.
그 풍경은 단순한 열정으로도,
흔한 젊음의 치기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그 부동의 간절함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들 각자의 깊은 내면에서 견딜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세상의 정의와 변화를 염원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이다.

나는 가슴에 손을 얹는다.
생애 단 한 번이라도 이런 밤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폭설이 내리는 아스팔트 위에서,
그들은 얼마나 간절히 염원했을까.

한밤의 도시는 얼어붙었으나
그들의 결의는 뜨겁게 불타오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눈송이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땅 위에 쌓이고 또 쌓인다.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따뜻한 방 안에서, 편히 잠든 나의 어젯밤을 떠올리며
그들의 차가운 밤, 결의의 밤과 비교한다.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피어난 간절함.
눈 속에 묻혀도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그들은 역사의 한 장면을 새긴다.

오늘, 그들의 울림은 폭설 속에서 길을 낸다.
내일, 그들의 염원은 세상에 메아리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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