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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물을 건드릴 때
물은 아프다 하지 않고
온몸으로 흔들리며 반짝인다
나는 오늘도
파도에 닳아 사라지는 줄도 모르고
출근길 신호등 앞에 서 있었다
어깨 위에 내려앉은 하늘의 무게를
끝내 하늘이라 부르지 못한 채
저 바다는 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더 깊은 고요가 스민다는 것을
흔들리는 것들만이
끝내 빛의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는 것을
네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가 되었다
그 한 음절이
천 번의 파도보다 깊이
나를 건져 올렸다
밥상 앞에 모인 손들을 보라
거칠어진 것들끼리
서로의 온기를 다 알지 못한 채 닿아 있다
그 모름마저
오래된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깊이를 재지 않고
그냥 함께 출렁이며 살아왔다
그것이 바다였고
그것이 집이었다
잊고 사는 것들이 있다
숨 쉬는 일처럼
네가 거기 있는 일처럼
너무 익숙하여 가장 먼저
물 위에 부서지는 것들
어둠이 내려앉은 수면 위로
달이 손을 내밀면
물결은 기억한다
한때 얼마나 많은 것들이
지금의 이 고요를 위해 흘러왔는지를
나도 너도
파도에 지워지고 또 쓰였던 이름들
그 이름들이 서로를 비추어
오늘 밤 이 강 위에
부서지지 않는 빛의 조각들이 떠 있다
반짝임은 상처 없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빛은
언제나 물 위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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