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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自作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하여

by 사마견우 202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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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포화 속에서 울부짖는 이들의 목소리가 텔레비전 화면 너머로 들려올 때, 혹은 기근에 허덕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뉴스 한 켠을 메울 때, 나는 가끔 신이 정말 존재하는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 신이 있다면, 정말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면, 어떻게 이런 고통과 비극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일어난 폭력 사건, 가정 안에서조차 벌어지는 끔찍한 범죄, 매일같이 이어지는 사건·사고 소식들은 내 마음에 작은 구멍을 하나씩 뚫어놓는다. 왜 세상은 이렇게 잔인할까? 왜 인간은 이렇게 쉽게 서로를 파괴하는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안아야 할 신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이런 질문들 앞에서 종종 침묵하게 된다. 답을 찾지 못한 채 무력하게 마음속에서 울리는 의심의 메아리만을 듣는다. 신의 존재를 믿는 것조차 스스로 위선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내 눈앞에 벌어지는 비극과 신의 존재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일이 너무도 어려운 날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이면 그 모든 의심과 회의를 뒤로 하고 신에게 기도하고 싶어진다. 세상의 모든 이가 행복해질 수 있기를, 모두가 잠시나마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이중성이거나, 아니면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의심하고 의구심을 품더라도, 결국 나는 그를 부르며 희망을 빌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어떤 특별한 날이라기보다는 마음의 원점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따뜻한 불빛 아래에서 선물 꾸러미를 열던 설렘보다, 그보다 더 따뜻한 온기로 기억에 남아 있는 건 가족들과 나눈 웃음이다. 그 순간만큼은 어떤 두려움도, 불안도 없었다. 삶은 충분히 아름답고, 사랑은 충분히 강한 힘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때와 달리, 세상의 슬픔을 더 많이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의 불빛은 여전히 따스하지만, 그 아래에서 나는 세상의 고통을 묵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알지 못한다. 이 세상의 고통이 모두 제거될 수 있을지, 인간이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크리스마스가 될 때마다 신을 향해 기도하고 싶다.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아이가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기를,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오늘 밤만큼은 고요히 눈을 감을 수 있기를, 또 나와 너와 우리가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크리스마스의 기도는 더 이상 내 작은 소망을 위한 간청이 아니다. 그것은 나보다 더 큰 세상을 위한 빌음이다.

신이 정말 존재하는가? 나는 여전히 확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이 질문을 안고 산다. 그러나 때로는 의구심도 믿음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닐까 싶다. 신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다면, 왜 나는 여전히 기도하는가? 왜 나는 매번 크리스마스에 빛을 붙잡으려 손을 뻗는가? 어쩌면 신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기도 속에서 존재하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살아 숨 쉬는지도 모른다.

오늘 밤, 나는 다시 한번 두 손을 모은다. 나는 신에게 묻지 않겠다. “왜 이 모든 고통을 허락하셨습니까?“라고 따지지도 않겠다. 대신 나는 빌겠다. 세상의 모든 슬픔이 잠시 멈추기를, 이 차가운 겨울밤에 단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하기를. 그리고 그 마음이 기적처럼 퍼져나가 언젠가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지기를.

크리스마스는 분명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이 imperfect한 날 안에서 완전한 희망을 본다. 크리스마스는 단지 하루가 아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가 간절히 빌고, 서로의 손을 맞잡을 수 있게 해주는 신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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