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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自作

제1화. “단지 일주일이 미뤄졌을 뿐이야”

by 사마견우 202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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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는 긍정주의자의 로또 라이프


1. 로또 추첨의 밤

밤 8시 55분.

김희망(40세, 자칭 ‘긍정 마스터’)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TV 화면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고, 테이블 위에는 신성한 성서처럼 펼쳐진 로또 용지가 놓여 있다.

그의 얼굴에는 묘한 긴장감과 흥분이 섞여 있다. 마치 이 순간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터닝 포인트라도 되는 것처럼.

“이번엔 된다.”

희망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니, 이번엔 진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젯밤 꿈에서 노란 뱀을 봤다. 인터넷 검색 결과에 따르면, 노란 뱀은 ‘큰 재물’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건 운명이지. 당연하지. 드디어 올 것이 왔어.”

그는 눈을 감고 손을 모았다.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우주가 자신을 축복해 줄 것이라 믿으며.

하지만 그 옆에서는 아내, 박현실(38세, 현실파이터)이 팔짱을 낀 채 무덤덤하게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10년째 이 장면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주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한다.

“여보, 제발. 정신 좀 차려.”

희망이 눈을 번쩍 뜨며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이번엔 느낌이 좋아.”

“그 말, 이번이 몇 번째야?”

“음… 정확히 500번째 정도?”

현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로또 500번이면… 얼마를 날린 거야?”

희망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곧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음… 약 250만 원? 하지만 그건 ‘투자’였어. 언젠가 터질 대박을 위한 과정이지!”

현실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 투자 덕에 우린 아직도 월세 살고 있지.”

그때 TV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자, 이제 금주의 로또 당첨 번호를 발표합니다!”

희망이 온몸을 굳히고, 로또 용지를 손에 꼭 쥔다. 그의 눈빛은 매서웠다.

첫 번째 숫자: 7

희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됐어! 7번! 첫 숫자 맞았어!”

현실이 팔짱을 끼고 피곤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두 번째 숫자: 12

희망이 두 손을 들고 기도를 시작한다.

세 번째 숫자: 25

희망의 숨이 가빠진다. “이거야… 이거라고…!”

네 번째 숫자: 36

희망이 거의 오열할 기세다.

다섯 번째 숫자: 41

희망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환호한다.

“마지막 번호만 맞으면 돼! 이번엔 진짜야! 부자 된다! 내 인생 바뀐다!!!”

현실은 커피를 마시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마지막 숫자 틀릴 확률이 99.999%인데, 벌써부터 저러네…”

여섯 번째 숫자: 9

희망의 얼굴이 얼어붙는다.

그의 로또 용지에 적힌 마지막 숫자는… 3.

그는 정적에 빠진다.

“…응?”

희망은 다시 한 번 용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TV를 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의 손에서 로또 용지가 힘없이 떨어진다.

“이게… 무슨 일이야…?”

현실이 피곤한 눈빛으로 말했다.

“네 인생은 이번에도 안 바뀌었어.”

그러나 희망은 침묵 속에서 뭔가를 곱씹더니,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단지 일주일이 미뤄졌을 뿐이야!”

현실은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제길, 이 사람은 절대 못 고쳐.”


2. 현실의 반격

다음 날 아침, 부엌.

희망은 여느 때처럼 신문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음 주의 대박 전략’이 돌아가고 있다.

그때, 현실이 그 앞에 로또 용지 대신 ‘복권’을 하나 내려놓았다.

희망이 눈을 휘둥그레 뜬다.

“오, 당신도 로또 사왔어?”

하지만 그가 용지를 들여다보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이게 뭐야?”

그것은 로또가 아니라, ‘집안일 복권’이었다.

복권을 긁으면 당첨된 집안일이 나오는 시스템.

1등: 한 달 치 설거지
2등: 화장실 청소 3회
3등: 거실 정리 1회

희망이 당황하며 현실을 바라봤다.

“이거 무슨 장난이야?”

현실이 환하게 웃었다.

“내가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 인생은 도전이니까, 한 번 긁어봐.”

희망은 난감한 얼굴로 복권을 긁었다.

…당첨: 한 달 치 빨래 개기.

그 순간, 희망의 얼굴에서 모든 긍정이 사라졌다.

현실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이번엔 진짜 당첨됐어.”

희망은 절망하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로또가 됐어야 했어.”

그러나 현실은 테이블을 툭 치며 말했다.

“당첨금 안 나오면, 그냥 현실을 살아.”

희망은 울상을 지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다음 주엔 진짜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로또보다 더 희망 없는 남편과 그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아내의 전쟁은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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