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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自作

스무 해의 그리움, 어머니의 바람결

by 사마견우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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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꽃이 피고 지기를 스무 번, 계절이 돌고 돌아 어머니의 숨결이 멈춘 지 어느덧 그렇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리움은 오히려 짙어져 갑니다. 창가에 스치는 바람결에서도, 새벽녘 꿈에서 깨어날 때도, 문득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는 가끔 부엌에서 무를 썰다가 멈춰 섭니다. 어머니는 늘 칼을 쥐고 계셨습니다. 식구들을 위해 무언가를 자르고, 다듬고, 끓이시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칼질 소리와 함께 들려오던 콧노래, 그 평온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릅니다.

해질녘 산책을 할 때면 문득 어머니 손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 어린 손을 잡고 동네 뒷산을 오르시던 어머니. "저기 봐, 노을이 예쁘지?" 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그 손길이, 스무 해가 지난 지금도 제 손등에 남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볼 때면 어머니의 눈매가 제 눈에 담겨 있음을 발견합니다. 웃을 때 생기는 주름의 모양새까지, 닮아가는 것이 반갑고도 서럽습니다. 어머니를 더 많이 닮아가면 어머니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유난히 그리움이 깊어집니다. 어머니는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 앉아 빗소리에 귀 기울이곤 하셨습니다. "빗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음악이야." 그 말씀이 이제야 이해됩니다. 빗방울처럼 때로는 거세게, 때로는 부드럽게 우리 삶에 내리는 순간순간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되니까요.

며칠 전, 오래된 상자에서 어머니의 손수건을 발견했습니다. 살짝 노란빛이 된 그 손수건에는 어머니가 직접 수놓은 작은 제비꽃이 있었습니다. 그 꽃잎을 손끝으로 더듬다 보니, 어머니가 그 손수건을 들고 제 눈물을 닦아주시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첫 시험에 실패했을 때, 첫사랑에 상처받았을 때, 어머니는 늘 그 손수건으로 제 눈물을 닦아주셨지요.

저는 요즘 어머니의 요리법을 배우려 합니다. 어머니가 써놓은 레시피도 없이, 오직 기억에 의존해 된장찌개를 끓이고 김치를 담급니다. 어머니의 맛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더 넉넉히 넣어, 사람 마음은 맛으로 얻는 거야."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어머니가 더 생각납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계절이었기 때문일까요. 낙엽을 밟는 소리에도, 감을 따는 모습에도, 고구마를 굽는 냄새에도 어머니의 미소가 어려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도 계절의 풍경은 그대로인데, 그 풍경을 함께 나눌 수 없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제 삶의 모든 순간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가족의 건강을 챙길 때도, 실패 앞에서 다시 일어날 때도 어머니의 가르침이 저를 이끕니다.

스무 해가 지났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제 곁에 계십니다. 바람결에, 꿈속에, 그리고 제 마음속에. 그리움은 깊지만, 그 그리움마저도 감사합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어머니와 나눈 사랑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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