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 연재소설]
대책 없는 긍정주의자의 로또 라이프
제6화. “현실의 복수, 희망의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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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고 없는 아침 서프라이즈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자고 있던 김희망(40세, 생일 당사자)의 눈이 간지러운 노래소리에 살짝 떠졌다.
잠결에도 감지된다. 희미한 촛불, 달콤한 크림 냄새, 그리고… 뭔가 수상한 아내의 톤.
희망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 뭐야, 여보. 아침부터 이건 또 뭐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까먹은 거 아니지?”
박현실(38세, 현실이자 이벤트 플래너)은 평소보다 훨씬 밝은 미소로 작은 케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당연히 알지! 내 생일!”
희망은 감동에 겨워 팔을 벌렸다.
“역시 우리 여보밖에 없어. 이렇게 깜짝 파티까지 해주고…”
현실은 웃으며 케이크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손 뒤로 감춰둔 뭔가를 꺼냈다.
작은 상자 하나.
희망의 눈이 반짝인다.
“설마, 선물이야?”
“응. 올해는 특별히 당신한테 정말 꼭 필요한 걸 준비했어.”
“정말… 고마워! 혹시 새 이어폰? 아니면… 운동화?”
“아니.”
현실은 조용히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카드가 하나 들어 있었다.
희망이 읽는다.
“당신의 현실 뽑기권 - 인생은 선택의 연속!”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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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실 뽑기판의 정체
“짜잔~”
현실은 거실 벽면 커튼을 젖히며 거대한 판을 공개했다.
화려한 색지로 꾸며진 이 벽판의 이름은…
<희망을 위한 현실 뽑기판>
뽑기칸마다 이렇게 적혀 있었다.
• 1등: 외식권 (단, 현실이 고른 메뉴)
• 2등: 청소기 돌리기 7일
• 3등: ‘오늘의 칭찬 1회 사용권’
• 4등: 10분 간 로또 금지 명상 수행
• 5등: 시장 보기 & 무거운 짐 들기
• 꽝: 통장 잔액 공개
• 보너스 게임: “이상한데 귀여운 너 자신을 칭찬해보기”
희망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거, 진짜 한 거야?”
현실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로또 대신 ‘현실’을 뽑는 생일 선물이지.
올해부턴 인생의 선택권이 너한테 있어, 단! 이 판 안에서만.”
“…….”
“자, 돌려봐. 생일자에게 주는 기회야.”
희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뽑기판의 레버를 잡았다.
“하… 진짜 나 어릴 때도 이런 건 안 해봤는데…”
찰칵찰칵찰칵찰칵찰칵… 탁!
결과는…
[4등: 10분 간 로또 금지 명상 수행]
“…….”
희망이 현실을 빤히 쳐다봤다.
“아니, 이걸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여기 요가 매트랑 초 준비해놨어.
앉아서 ‘나는 로또 없이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10분 동안 반복 명상해.”
“……지금 생일 맞은 사람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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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도 웃음이 나는 이유
10분 뒤, 희망은 차분한 얼굴로 명상을 끝냈다.
생각보다 차분하고 웃겼다.
현실은 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주며 말했다.
“이게 다 당신을 위한 생일 선물이야.
올해는 제발, 현실도 좀 뽑아가면서 살아봐.”
희망은 케이크를 한 입 먹으며 중얼거렸다.
“근데… 로또보다 이게 더 어려워.”
“그럼, 올해도 도전할 맛 나겠네?”
희망은 현실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의 눈엔 장난기도 있었고, 따뜻한 마음도 있었다.
“고마워.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사랑을 주는 당신.”
“그 현실적인 사랑이 없었으면, 당신 아직도 매주 수요일마다 땅굴 파고 있었을 거야.”
“그럼… 나 다음 뽑기도 해봐도 돼?”
“왜? 설거지 뽑히고 싶어서?”
“…외식권이 혹시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서.”
현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두 번째 기회도 생일 서비스야. 대신 이번엔 내가 돌릴게.”
희망은 눈을 감았다.
찰칵찰칵찰칵… 탁!
[보너스 게임: 이상한데 귀여운 너 자신을 칭찬해보기]
“…하아.”
희망은 조용히 말했다.
“그래. 나…
어디서도 로또 번호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 미련함,
말도 안 되는 꿈에 감동하는 감성,
현실한테 매일 혼나도 웃을 수 있는 낙천성…
이상하지만,
그래도 좀 귀엽지 않나?”
현실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조용히 케이크에 초를 하나 더 꽂았다.
“이상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워.
그게 나랑 사는 이유니까.”
두 사람은 웃으며 촛불을 불었다.
이번 생일엔 복권도, 점집도, 번호도 없었다.
대신 뽑은 건, 아주 작지만 묵직한 현실의 온기였다.
그리고 희망은 깨닫는다.
진짜 복권은, 이 여자랑 매일 살아가는 거라는 걸.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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