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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연수기

오사카 s-coop 교류기 - 동행

by 사마견우 202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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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같은 멀미를 안은 채 도착한 오사카의 첫인상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한국에서 지내왔던 모습이랑 별다른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 사는 곳이야 다들 그러랴만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무엇을 기대하였기에 별다른 것이 없음을 실망스러워하고 안타까워했던 것일까?
도대체 다른 것이라니?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는 것 이외에 무엇이 다르기를 바랬던 것일까?
한동안의 고민 끝에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같다는 것을 확인하기위해 이곳 오사카를 방문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원주지역 생협활동가를 중심으로 교류를 시작하게 된 에스생협은 1970년 설립 당시만 해도 어머니 모유에서 비소가 발견되고 장애아를 출산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일본 주부들의 이처럼 단순한 생각은 조합원간 협의를 통해 점차 그 지평을 넓히고, 생산자와의 제휴를 통한 도ㆍ농 직거래는 조합원 공동구매 방식을 채택, 다른 생협과 달리 생산자를 중시하는 방식의 생협을 만들게 되었다.

 나아가 배송을 중심으로 10여 가지에 이르는 '워커스 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라는 새 방식의 일자리도 창출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하는 워커스 컬렉티브는 고용을 넘어서 노동자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사업에 참여하고 일을 하는 대안적 노동 방식을 만들어내었다.

 또 에스생협은 아시아 각국 농촌공동체와 연계, 고춧가루(한국)와 바나나(필리핀), 새우ㆍ커피(인도네시아) 등 안전한 농산물을 수입해 팔고, 환경 활동과 사회복지사업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와 함께하는 생협을 지향하기에 이르렀다.
 
  에스생협은 단순히 생협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1975년 합성세제로 인한 오염을 줄이고자 무공해 세제를 만들어 취급해왔고 물류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피해를 최소화시켜 나가고 있다. 환경 피해자이면서 환경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엔 70%가량 회수되는 빈병을 재활용하고자 병 크기도 24종류로 규격화시켰다. 세척에 들어가는 비용이 새 병을 사용할 때보다 더 들더라도 용기를 재활용하는 게 훨씬 더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유팩으로 만든 휴지나 종이를 취급하고 우유팩이나 라면상자 등은 회수해 재활용하고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스티로폼은 태울 수가 없기에 녹여 재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에스생협이 큰 생협은 결코 아니다. 고베시만해도 1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생협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100만 명 단위 거대 생협이 숱하다. 물론 회원 수 2만4000여명의 에스생협이 '비주류 생협'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게 생협의 설립 취지였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합성세제까지 파는 대형 주류 생협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비주류 생협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에스생협은 '사람에 대한 사랑'을 공유한다. 그 애정은 복지시설의 설립으로 구체화됐다. 2001년 오사카부 돈다바야시에 개원한 어르신 주간보호(day care)시설 '요리아이 공구(よりあい 金剛)'는 2000년말 일본 정부가 고령자 개호(介護)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시작해 20명 안팎의 어르신들이 목욕과 체조,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상주 간호사에게 간호와 투약 서비스를 받고 있다. 또 2005년 10월 오사카부 사카이시 한다리시(八田西)에 문을 연 정신ㆍ지체 장애복지시설은 장애인만 20여명이 주간 보호를 받고 있다. 생협은 재정을 지원하고, 조합원들은 워커스 컬렉티브를 통해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에스 생협의 산증인 야마구치 세츠코(山口節子) 에스 생협 전 이사장은 말한다.
"무언가 꿈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앞으로 한 발짝 내딛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린 동행을 원한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마주보며 지내는 것이 아닌 서로가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교류를 하는 것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우린 서로를 알게 되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들 간의 교류와 협의를 통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동행이 필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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