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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自作

햅쌀 같은 우리 엄마

by 사마견우 2025.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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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엄마 몇 살?"
"햅쌀!"

아흔 살의 엄마는 여전히 유치찬란하다. 딸인 내가 예순이 되었어도, 엄마의 재치 있는 말솜씨는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새로 수확한 쌀처럼 늘 싱그럽고 맑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하시는 엄마를 보면, 세월이 무색하기만 하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걸려오는 전화. "오늘은 뭐 먹었어?" 하고 묻는 게 일상이 되었다. 예순의 나도 엄마에게는 여전히 어린아이인가 보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따스함이 하루의 시작을 밝혀준다.

엄마의 손끝에는 여전히 사랑이 묻어난다. 내가 방문할 때마다 정성스레 준비해주시는 된장찌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맛이다. "이제 그만하세요, 제가 할게요"라고 말해도, "아이고, 네가 하면 맛이 없어"라며 부엌을 고집하시는 모습이 안쓰럽다. 하지만 그 눈빛에서 딸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기쁨이 반짝이는 걸 본다.

우리의 대화는 때로 동문서답이 되기도 한다. 엄마는 옛날 이야기를 반복하시고, 나는 현재의 이야기를 하니까. 하지만 그런 어긋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엄마가 들려주시는 지난날의 이야기들은 이제 내 인생의 귀중한 교훈이 되었다.

"엄마, 약은 잘 드세요?"
"그려, 날마다 꼬박꼬박 먹는다, 걱정 말그라."
"산책은요?"
"아침마다 공원 한 바퀴 돌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매번 똑같은 대화를 주고받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깊어만 간다. 예순의 내가 걱정되는 것처럼, 아흔의 엄마도 늘 내가 걱정이신가 보다.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을까.

세월이 흘러 우리의 모습은 변했지만, 모녀의 정은 더욱 깊어졌다. 젊은 시절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내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사랑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엄마, 저는 이제 예순이에요. 그래도 엄마 눈에는 제가 어려 보이나 봐요?"
"그럼! 너는 영원히 내 새끼야."
엄마의 말씀에 코끝이 찡해진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렇게 함께했으면 좋겠다. 햅쌀처럼 맑고 고운 엄마의 마음, 그 사랑이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란다. 우리 엄마,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켜봐 주세요. 당신의 딸이 이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매일 아침 걸려오는 전화가 그치지 않기를, 된장찌개 냄새가 계속해서 피어오르기를, 그리고 우리의 웃음소리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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